디지털 자산은 민법상 '재산'으로 인정되는가?
디지털 시대의 유산, 법은 얼마나 따라오고 있는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자산이 점점 늘고 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물론이고, 유튜브 채널, 블로그 수익, 클라우드 저장 파일,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NFT), 구독 서비스 계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개인이 보유한 자산 중 상당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디지털 형태로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이 상속, 이혼, 파산, 증여 등의 상황에서
법적으로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민법은 전통적인 개념의 재산, 즉 유체물 또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능한 권리 중심으로 규정돼 있어서
디지털 자산이 그 틀 안에 들어가는지를 놓고 해석의 여지가 많다.
이 글에서는 민법상 ‘재산’의 정의가 디지털 자산을 포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사례나 법원 판단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와 실무적 쟁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민법이 말하는 ‘재산’의 정의는 무엇인가?
우선, 민법상 ‘재산’이란 무엇인가?
민법은 ‘재산’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법상 권리의 객체가 되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형·무형의 권리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단순히 돈이나 물건만이 아니라,
채권, 지식재산권, 상표권, 주식, 임차권, 영업권과 같이
무형이지만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권리들도 재산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디지털 자산 중에서도 다음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민법상 ‘재산’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경제적 가치가 존재할 것
특정 개인에게 귀속될 수 있을 것
권리로써 양도 또는 상속이 가능할 것
법률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예를 들어,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 조회수, 광고 수익 등을 통해
명백한 수익 창출 기능을 갖춘 자산이며,
애드센스 계정과 연동되어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성격을 고려하면, 해당 채널은 단순한 계정이 아니라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자산은 그 형식이 어떠하든
민법상 재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금전적 가치와 법률상 귀속성이 명확해야 하며,
이 조건을 갖춘 디지털 자산은 원칙적으로 상속, 처분, 증여 대상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의 유형별 민법 적용 가능성 분석
디지털 자산이라고 해서 모두 재산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마다 법적 성격이 다르고, 민법상의 권리로 해석되기 위해선
해당 자산이 가진 구조와 소유권의 실체를 따져야 한다.
① 암호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은 국내외에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국세청은 2021년부터 암호화폐를 상속·증여세 과세 대상에 포함했고,
이로써 법적으로도 재산성 인정이 확립되었다.
또한 암호화폐는 개인 지갑에 저장되고, 거래소에서 금전과 교환할 수 있는 자산이므로
민법상 재산임은 명백하다.
② 유튜브 채널 및 애드센스 수익
유튜브 채널은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할 수 있으며,
애드센스와 연결되어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가진다.
해당 수익은 월 단위로 정산되어 입금되므로,
채널 운영권과 수익 계정은 재산권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구글 계정이라는 플랫폼 내부 구조 때문에,
법적 소유권 이전은 제한적이며, 유언장이나 상속 증빙 없이는 실제 접근이 어렵다.
③ 클라우드 파일, 사진, 이메일, SNS 계정
이들은 대부분 직접적인 금전적 가치는 없지만,
지식재산권, 초상권, 저작물 등 법적 권리가 얽혀 있는 경우에는
재산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에 저장된 작가의 미출간 원고나
작곡가의 악보 파일은 상속 대상 저작물로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메시지, 개인 기록 등은 민법상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④ 게임 아이템, NFT
게임 아이템의 경우, 실질적으로 게임사 정책에 따라 양도·상속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아이템은 현금 거래가 가능하고, 실제 시장이 존재하므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재산 인정할 수 있다..
NFT는 고유성과 희소성이 보장된 디지털 토큰으로, 시장 거래가 활발하다면
법적으로는 재산적 권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자산의 ‘형태’보다는 실제 시장 가치와 개인 귀속 가능성이
민법상 재산 인정 여부의 핵심이다.
국내외 판례와 제도 변화 – 법원이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보는가?
국내외 법원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 점차 재산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상속, 이혼, 파산 등 민사 분야에서 디지털 자산이 다뤄진 사례를 살펴보면,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판례
2021년 서울가정법원은 한 이혼 소송에서 유튜브 채널 수익을 ‘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하도록 판결했다.
이 판결은 유튜브 채널이 실질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가지고 있고,
혼인 기간 중 함께 관리된 점을 들어, 민법상 ‘재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사례다.
또한 국세청은 암호화폐에 대해 상속세 및 증여세 부과를 공식화했으며,
그 평가 기준도 마련되어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을 국가가 세금 부과 대상인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판례
미국에서는 고인의 이메일과 클라우드 계정에 대한 상속인 접근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메사추세츠주에서는 사망자의 애플 계정에 접근을 허용하는 판결이 내려졌고,
독일 연방대법원은 사망한 딸의 페이스북 계정을 부모가 상속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디지털 계정의 상속 가능성을 명확히 인정했다.
이러한 판례들은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접근 권한이 아닌, ‘상속할 수 있는 재산권’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법률 제도는 아직 미비하지만, 사법부는 이미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민법 개정의 필요성과 개인의 사전 설계 중요성
디지털 자산이 실질적인 재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법은 아직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실과 법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현행 민법은 유체물 중심의 자산 개념에 머물러 있으며,
디지털 자산의 유형 다양성과 기술적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디지털 자산 정의의 법제화
민법상 ‘재산’ 항목에 디지털 자산의 개념을 명시
예시 항목: 암호화폐, SNS 계정, 콘텐츠 수익, NFT 등
상속법 개정
디지털 자산도 상속재산임을 명확히 규정
상속인의 접근 절차와 사전 위임 방식을 제도화
플랫폼과의 연동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과 협력해
상속 절차 자동화 및 법적 근거 마련
동시에 개인도 준비해야 한다.
계정 목록 정리, 비밀번호 관리자 사용, 디지털 유언장 작성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전 설계가 없으면, 민법이 아무리 개정되어도 효과는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