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 ‘디지털 유언장’이 필요한 이유와 작성 방법
디지털 자산 시대, 유언장은 더 이상 종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대인의 재산은 더 이상 은행 통장이나 부동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에 저장된 계약서, 클라우드에 보관된 가족사진, 유튜브 채널에서 발생하는 수익,
암호화폐 지갑에 들어 있는 비트코인, NFT 소장품, SNS에 남긴 수천 개의 게시물까지
모두가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자산이자 기록이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물리적인 실체가 없고, 대부분 비밀번호나 본인 인증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사망하면 그 누구도 해당 자산에 손을 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심지어 법정 상속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플랫폼의 보안 정책과 법률 공백 때문에
실제 자산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오히려 해킹 시도로 오해받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유언장’이 필요해진다.
디지털 유언장은 단순히 온라인 계정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온라인 정체성과 디지털 자산을 사망 이후 어떻게 관리하고 분배할지를 명확히 기록한 문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언장이 왜 꼭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절차와 형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를 실무적으로 안내한다.
디지털 유언장이 꼭 필요한 4가지 핵심 이유
디지털 유언장은 단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점점 더 강하게 요구되는 법적·실무적 필요성에 의해 탄생한 필수 도구다.
다음은 디지털 유언장이 필요한 대표적 이유 4가지다.
1. 상속자도 접근 불가능한 자산이 너무 많다
암호화폐, 클라우드 저장소, 유료 구독 서비스, 인증 앱 등은
고인의 비밀번호, 2단계 인증 수단, 복구 키 없이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계정 목록과 접근 방법을 명시하지 않으면
법적 권한을 가진 상속자도 실질적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없다.
2. 플랫폼은 유족 요청을 거의 받아주지 않는다
구글, 애플, 메타 등 대부분의 플랫폼은
유족의 계정 접근 요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생전 설정(Inactive Account Manager, Legacy Contact 등)이 없으면
계정 접근을 일절 허용하지 않거나, 데이터 일부만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3. 법적으로 상속할 수 있는 자산이 유실될 수 있다
유튜브 채널 수익, 블로그 애드센스, 암호화폐는
모두 민법상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언장에 자산 존재와 소유권 이전 방식이 명시되지 않으면
가족은 자산 존재조차 모르거나, 존재하더라도 복구할 방법이 없다.
4. 가족 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은 금전적 가치 외에도
감정적 가치(사진, 대화 기록, 게시글 등)가 크다.
어떤 자료는 공개되지 않기를 바랄 수 있고, 어떤 콘텐츠는 유지되기를 바랄 수 있다.
이를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가족 간 충돌이나 오해, 명예훼손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 유언장은 사망 이후의 리스크를 사전에 제어하고,
가족과 사회적 자산을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장치다.
디지털 유언장은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가?
디지털 유언장은 기존의 종이 유언장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되,
디지털 자산 특유의 구조와 성격을 반영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다음은 디지털 유언장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항목들이다.
1. 디지털 자산 목록
디지털 자산 목록으로는 이메일 계정 (예: Gmail, Naver 등), 소셜미디어 계정 (예: Facebook, Instagram, Twitter 등)
클라우드 서비스 (Google Drive, iCloud 등), 수익형 계정 (YouTube, 애드센스, 블로그 등)
암호화폐 지갑 주소 및 거래소 계정, 디지털 콘텐츠 저작물 (음원, 영상, NFT 등) 등이 있다.
2. 계정 접근 정보
계정 접근 정보로는 계정명, 이메일 주소, 로그인 ID, 비밀번호, 2단계 인증 방식과 복구 코드,
개인 키 또는 시드 문구(암호화폐 지갑) 등이 있다.
3. 자산별 처리 지침
- 어떤 자산은 유지할 것인지, 어떤 자산은 삭제할 것인지
- 수익이 발생하는 채널은 누가 관리할 것인지
- 개인정보 포함 콘텐츠는 공개 여부 판단 기준
- 저작물은 누가 상속하고 사용할 권한을 갖는지
4. 유언 집행자(디지털 유산 관리자) 지정
가족 구성원 중 한 명 또는 외부 전문가에게
디지털 자산 정리 및 실행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이름, 연락처, 역할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유언장은 단순한 계정 정리문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자산을 넘기고, 의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서여야 한다.
디지털 유언장은 어떻게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는가?
디지털 유언장은 일반적인 유언장과 동일하게 법적 요건을 갖춰야 효력을 인정받는다.
따라서 작성 후에는 반드시 공증 또는 법률 자문을 거치는 것이 권장된다.
작성과 보관에 있어 아래의 절차를 따르면 안전하다.
1. 형태 선택
- 자필 유언장: 직접 손으로 작성하고, 작성 일시와 서명을 기재.
- 공증 유언장: 변호사 또는 공증인을 통해 공증 절차 진행.
- 녹음 유언장: 음성 또는 영상으로 유언을 남기는 경우. (법적 요건 충족 시에만 유효)
2. 첨부 문서
첨부문서로는 디지털 자산 목록, 비밀번호 관리자 앱 이용 안내서
복구 키, 시드 문구 등은 별도 문서로 암호화 보관 등이 필요하다.
3. 보관 방식
보관 방식으로는 인쇄본은 법률사무소, 공증소,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보관,
디지털 사본은 클라우드 또는 USB 저장, 암호화 후 잠금,
계정 복구 정보는 유언장과 별도로 관리하되, 위치를 유언장에 명시해야 한다.
4. 주기적 갱신
디지털 자산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최소 1년에 한 번은 목록을 갱신하고, 변경된 비밀번호나 계정 삭제 여부를 반영해야 한다.
특히 암호화폐나 새로운 플랫폼에 가입했을 경우엔 반드시 업데이트할 것.
결국, 디지털 유언장은 한 번 작성하고 끝나는 문서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변화에 따라 지속해서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살아 있는 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