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디지털 자산이 상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디지털 자산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재산의 일부가 되었다.
암호화폐, 유튜브 채널,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 SNS 계정, 온라인 구독 서비스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디지털 자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하게 관리해 온 디지털 자산이
모두 법적으로 상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법상 ‘상속’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보관 방식, 플랫폼 정책, 법률 해석, 기술적 조건 등에 따라
상속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법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하거나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디지털 자산의 4가지 대표적인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개인이 사전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함께 안내한다.
서비스 약관상 명시된 ‘비양도성 자산’
가장 대표적인 상속 불가 조건은 해당 디지털 자산이
플랫폼 약관상 “개인에게만 부여된 이용권”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다.
이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제한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유튜브 프리미엄 등 각종 디지털 구독 서비스는
계정 소유자의 사망 시 이용권이 자동 소멸하며, 상속이 불가능하다.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도 해당 게임사와의 서비스 이용 계약에 따라
‘양도 불가’로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약관에 따라 “계정은 이용자 본인만 사용할 수 있으며,
양도, 상속, 재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자산은 법적으로도 ‘상속 대상이 아님’이 명확하다.
실제로 판례에서도, 게임 아이템을 상속받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게임사의 약관을 근거로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디지털 자산은 아무리 금전적 가치가 있어도
법적으로는 ‘재산이 아닌 이용권’으로 취급되므로 상속이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부여받은 디지털 자산은
민법상 상속 재산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자산
두 번째 상속 불가 조건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 기술적 장벽에서 발생한다.
디지털 자산이 아무리 재산적 가치가 크더라도,
접근 수단이 사라지면 회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암호화폐 지갑의 개인 키를 상실한 경우다.
하드웨어 지갑(예: Ledger, Trezor)에 저장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개인 키 또는 시드 구문(seed phrase)이 없으면 누구도 복구할 수 없다.
사망자가 해당 키를 기록해 두지 않았다면, 유족은 법적 권리가 있어도 기술적으로 자산에 접근하지 못한다.
또 다른 예는 2단계 인증(2FA)이 설정된 계정이다.
예를 들어, 고인의 구글 계정이나 유튜브 채널에 로그인하려 해도
등록된 스마트폰 번호가 없으면 인증을 받을 수 없고,
이에 따라 계정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페이스북, 애플, 카카오 등 대부분의 플랫폼은
2단계 인증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망자의 인증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유족은 계정 접근이 차단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한 자산’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잠긴 디지털 자산은 상속이 아니라 유실에 가깝다.
사전 공유나 백업이 없는 한, 이 자산은 ‘존재하되 접근할 수 없는 유령 자산’이 된다.
고유한 개인성에 기반한 콘텐츠
디지털 자산 중에는 그 자체가 상속 대상이 될 수 없을 만큼
고인의 인격, 감정, 정체성에 밀접하게 연결된 것들이 있다.
이런 자산은 아무리 존재하더라도 법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메신저 대화 내용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 사망자의 대화 상대방이 살아있다면,
유족이 이 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타인의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 - 음성 녹음, 사진, 영상, 메모장 기록
→ 이는 고인의 초상권, 표현의 자유, 사생활 권리가 연결되어 있으며,
사망 후 무단으로 공개하거나 공유할 경우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된다. - SNS 계정 콘텐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 유족이 계정을 삭제하거나 운영하려 해도
플랫폼 정책상 고인이 생전에 사후처리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운영 권한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자산은 금전적 가치는 없어도 정서적 가치는 매우 클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접근과 활용에 있어 윤리적, 법적 제한이 크기 때문에
상속이라는 법적 개념으로 직접 넘겨받기 어렵다.
결국, 정체성이 강한 디지털 콘텐츠는 타인에게 넘어갈 수 없는 고유 자산으로 남게 된다.
법적 권리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
마지막 상속 불가 조건은 디지털 자산의 법적 귀속 주체가 불분명한 경우다.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은 상속 절차에 포함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고인이 작성한 블로그 콘텐츠나 유튜브 영상이
명확하게 개인 명의로 업로드된 것이 아니라
소속 회사 계정 또는 공동 창작자 계정으로 등록된 경우,
상속인이 그 콘텐츠의 전부를 상속할 수 없다.
또한,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저작권 등록이 되지 않았거나,
타인의 저작물이 혼합되어 있을 경우,
저작권법상 그 콘텐츠를 상속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예시:
- 고인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이 가족 명의가 아니라 소속사 명의로 돼 있는 경우
→ 유족은 해당 채널에 대한 소유권이나 수익권을 주장할 수 없음 - 고인이 만든 음악 파일이 저작권 등록 없이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돼 있을 경우
→ 유족이 이를 상속받더라도, 저작권 등록이 안 되어 활용 불가능
이처럼 법적 권리 귀속이 애매한 디지털 콘텐츠는
결과적으로 법적으로 상속이 불가능하거나, 분쟁의 여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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