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현실로 인식하는 첫 디지털 세대의 등장
MZ세대, 즉 1980년대 초~201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과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릴 만큼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아날로그 세대와 달리, 종이 문서나 실물 자산보다
클라우드, SNS, 암호화폐, 스트리밍 계정, 온라인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기반 자산’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MZ세대가 아직 젊고 활발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디지털 자산과 기록에 대해 ‘죽음 이후’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장례 문화, 상속 개념, 유산의 정의 자체를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재난 뉴스,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사례 등은
MZ세대가 ‘죽음’을 단순한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삶 안에 포함된 개념으로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실용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기술과 감성을 결합한 독자적인 상속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MZ세대가 왜 디지털 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유산에 대한 MZ세대의 인식 변화
과거에는 죽음과 유산이라는 개념이 대부분 중장년층 이후의 삶과 관련된 주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죽음을 ‘현재진행형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
죽음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세대
유튜브, 틱톡 등에서 ‘죽음 관련 브이로그’나 ‘장례 준비 영상’을 접하며
죽음을 공포보다 정보와 관리의 대상으로 접근한다.
SNS에서 유명인의 사망 소식을 자주 접하며
“내 디지털 흔적은 사후에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디지털 자산의 다변화
MZ세대의 디지털 자산은 단순한 이메일이나 사진을 넘어
암호화폐, NFT, 구독 서비스, 게임 아이템, 스트리밍 라이브러리,
온라인 쇼핑몰 계정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자산들은 경제적 가치를 갖기도 하지만,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개인화된 유산으로 간주한다.
정보 정리 습관의 변화
20~30대 중 일부는 이미
비밀번호 관리 앱, 클라우드 폴더, 메모 앱 등을 활용해
자신의 계정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유언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거부감 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구글이나 애플의 유산 연락처 기능을 설정하는 비율도 증가 추세이다.
MZ세대는 죽음을 감추거나 피하지 않고,
그 자체를 하나의 ‘디지털 관리 항목’으로 포함하는 방식으로
현대적인 유산 관리 방식을 스스로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MZ세대가 사용하는 디지털 유산 준비 도구들
MZ세대는 기술에 익숙한 만큼, 자신의 디지털 흔적과 자산을 관리하는 데
앱, 플랫폼,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밀번호 관리자 앱 사용
대표 앱으로는 1Password, Bitwarden, LastPass가 있고,
주요 기능으로는 수십 개 계정의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고
지정된 상속자(가족, 친구)에게 긴급 접근 권한을 부여한다.
일부 사용자는 비밀번호만 아니라 OTP 위치, 클라우드 구조, 인증 앱 설정 정보까지 함께 저장한다.
클라우드 기반 자산 정리
사진, 영상, 문서, 메모 등을
Google Drive, iCloud, Dropbox 등 클라우드에 체계적으로 분류한다.
‘디지털 묘비’처럼 고인의 라이프로그를 구조화하여 후속 세대에 전달하는 목적 포함한다.
SNS 및 콘텐츠 플랫폼 활용
Facebook, Instagram의 ‘추모 계정 전환’ 기능을 미리 설정하거나
유산 연락처를 지정한다.
유튜브 채널 수익 계정(Google AdSense)이나
인스타그램 브랜드 계정 운영자 권한을
공동 운영자나 팀원에게 사전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암호화폐와 NFT의 상속 준비
Ledger, Trezor 같은 하드웨어 지갑의 복구 문구를 암호화해 별도 보관한다.
NFT Art나 메타버스 아이템에 대해
메모 앱이나 구글 문서로 ‘자산 목록’을 따로 정리하는 경우 증가한다.
이처럼 MZ세대는 디지털 유산을 단지 기억의 연장선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개인 정보 자산’으로 보고, 실무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MZ세대가 디지털 유산을 준비하며 겪는 한계와 갈등
기술에 익숙한 MZ세대도 디지털 유산을 완벽히 준비하기에는
여전히 제도적・심리적・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제도적 공백
한국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상속 절차가 부족
사망 이후 가족이 계정에 접근하려 해도,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의 충돌로 인해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 저항
부모 세대와의 인식 차이로 인해
디지털 유산 정리에 대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죽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반응이 존재한다.
친구나 연인에게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한을 일부 맡기고 싶어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기술의 한계
복잡한 이중 인증 체계, 생체 인증 장치 등
사망 이후에는 가족이 접근할 수 없는 기술적 보안장치가 많다.
비밀번호 관리 앱이나 지갑의 마스터키를 분실하면
전 자산이 잠기고, 복구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정보 분산 문제
다양한 플랫폼에 자산과 정보가 분산되어 있어
한눈에 정리하기 어렵고, 전체 구조를 유족이 파악하기 힘든 구조이다.
일부는 회사용, 일부는 개인용, 일부는 별도의 별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속 이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MZ세대가 디지털 유산 정리를 스스로 시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도적・문화적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MZ세대형 디지털 상속 문화, 어떻게 확산하고 제도화될 수 있을까?
MZ세대는 전통적 상속 개념을 넘어
자신의 디지털 흔적과 데이터를 남기는 방식까지 포함한 새로운 유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수용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새로운 상속 대상의 정의 필요
이메일, SNS, 암호화폐, 구독형 콘텐츠 등
디지털 자산을 법적으로 상속 대상에 포함하는 민법 개정 필요하다.
사용자의 사전 동의 여부, 플랫폼 약관과의 충돌을 해결할
디지털 상속 전용 법률 신설이 필요하다.
제삼자 상속자 제도 허용
MZ세대는 가족 외에도 친구, 연인, 동료 등 비혈연 관계자에게 일부 자산을 위임하고 싶어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상속자 지정 시스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현재 구글, 애플 등은 제공하지만 국내 기업은 미비하다.
생전 준비를 도와주는 서비스 확대
디지털 유언장 작성 서비스,
자산 정리 템플릿,
계정 목록 자동 수집 툴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상속 준비 도구 개발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 개선
학교, 직장, 커뮤니티에서
디지털 생전 정리와 죽음 교육을 일상적인 주제로 다루는 문화 필요하다.
MZ세대가 ‘죽음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기록과 공유로 이어가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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