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법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정 사망 처리 정책 차이

pookad 2025. 6. 28. 00:15

 

 

 

빅테크 3사의 사망 처리 방식

 

현대인의 디지털 삶은 특정 몇 개의 글로벌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이메일, 클라우드 저장소, 일정 관리, 금융 앱까지 거의 모든 활동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만큼 개인 계정에 축적된 정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하며, 이들은 단순한 로그인 정보가 아닌 실질적인 디지털 자산과 정체성이다.

 

디지털 유산


문제는 이러한 계정의 소유자가 사망했을 때, 이 자산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각 기업은 자체적으로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적용 방식과 유족에 부여되는 권한, 처리 절차는 서로 상당히 다르다. 이 글에서는 세계 3대 빅테크 기업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망 처리 정책 차이점을 중심으로, 그 실질적 접근성과 한계, 그리고 상속 관점에서의 분석을 해보겠다.

 

구글 – 비활성 계정 관리자 중심의 선제적 계정 이관 시스템

 

구글은 사용자 사망에 대비한 사전 설정 기능을 비교적 일찍부터 제공해 온 기업이다.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는 사용자가 일정 기간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계정 접근 권한 일부를 자동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사용자는 최대 10명의 연락처를 지정할 수 있고, 각 연락처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12개월 동안 로그인하지 않았고, 사전에 지정한 인물에게 이메일, 드라이브 문서, 포토, 캘린더 등에 접근 권한을 부여해 두었다면, 그 인물은 구글로부터 메일을 받아 인증 과정을 거친 후 계정 일부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Gmail 본문이나 비밀번호 전체를 전달하는 방식은 아니며, 선택된 서비스만 접근 권한이 부여되는 구조다.

사망 후 유족이 사전 설정 없이 구글 계정에 접근하려는 경우, 매우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원칙에 따라, 사망 증명서, 상속 관계 증명, 법원 명령 등을 요구하며, 이 경우에도 계정 전체를 넘겨주지는 않고, 데이터 일부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결국 구글은 생전에 사용자가 스스로 계정을 설계해 두는 것을 전제로 하며, 그 외에는 유족의 요청도 대부분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사적 권리 보호에는 탁월하지만, 상속인 입장에서 보면 매우 접근이 제한적인 구조다.

 

애플 – 디지털 유산 연락처 지정 기반의 폐쇄형 정책

 

애플은 2021년부터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라는 기능을 도입하면서 사용자 사망 이후 계정 처리에 대한 대비 기능을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생전에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유산 연락처로 등록해 두면, 사망 후 해당 인물이 애플 ID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 기능은 iOS15.2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유산 연락처 지정 시 자동 생성되는 액세스 키(Access Key)를 사망자와 연락처 지정자가 모두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사망 후 지정자는 사망 진단서와 함께 이 액세스 키를 제출하면, 애플은 인증 절차를 거친 후 고인의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메모, 메일, 캘린더, 연락처 등에 접근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애플의 정책은 폐쇄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사망자의 iPhone 잠금 해제는 불가능하며, 유산 연락처로 지정되지 않은 인물은 어떤 방법으로도 계정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iMessage, FaceTime 기록, 암호 관리 정보, 구독 내역 등은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디바이스에 잠금이 걸려 있거나, 생체 인증이 설정되어 있다면, 해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 보호에 강한 기업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계정 상속에서도 일관되게 반영된다. 유족의 접근보다는, 생전 사용자의 선택이 절대적 기준이 되며, 사망 이후에는 고인의 계정은 그 자체로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마이크로소프트 – 일관된 사후 정책 부재, 사망자 계정 접근은 사실상 불가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 사망자 계정 처리에 대한 명확한 시스템이 부족한 기업이다. 공식적으로 별도의 ‘디지털 유산 기능’이나 ‘사후 계정 관리 옵션’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법적인 요청을 통해서만 계정 접근이 가능하다.

유족이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예: Outlook 메일, OneDrive, Xbox 등)에 접근하려면, 사망 증명서, 상속 관계 증명서, 법원에서 발급한 명령문을 포함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그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처리 기한도 길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계정 자체를 넘겨주지 않고, 계정 내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폐쇄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 계정이 오랜 시간 비활성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계정을 폐쇄하며, 일정 기간 이후에는 데이터를 복원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계정이 사망자 명의일지라도 별다른 처리 없이 정리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유족에게 계정에 대한 어떠한 책임이나 권리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 입장에서 사망자의 메일이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을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생전 사용자 스스로가 백업하거나, 계정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 이상, 사후 처리에 대한 대비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별 사망 계정 처리 비교와 실질적 준비 전략

 

이처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사용자 사망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가지고 있지만, 처리 방식과 유족 권한 인정 수준, 사전 설정 기능 유무 등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항목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사전 설정 기능 있음 (Inactive Account Manager) 있음 (Legacy Contact) 없음
유족 접근 절차 법적 서류 필요, 일부 데이터 제공 액세스 키 + 서류 제출, 일부 접근 허용 법원 명령 없이는 불가능
전체 계정 이전 불가능 불가능 사실상 불가능
생전 준비 여부 매우 중요 필수 준비해도 제한적
계정 자동 삭제 정책 장기 미사용 시 자동 폐쇄 가능 없음 일정 기간 후 폐쇄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는 생전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디지털 유산의 상속을 준비해야 한다.

  • 구글 사용자: Inactive Account Manager에 반드시 연락처 지정
  • 애플 사용자: Legacy Contact 지정 후 액세스 키 안전하게 보관
  • 마이크로소프트 사용자: 주요 데이터는 외부 저장소에 백업 또는 가족에게 공유
  • 모든 플랫폼 공통: 중요한 계정 리스트, 비밀번호, 2단계 인증 방법을 정리한 유언장 또는 비공개 문서 남기기

결국, 사망 이후 계정 처리는 플랫폼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사전 설정이 필수적인 문제다. 생전 준비 없이는 수년간 축적된 디지털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고, 유족은 그 흔적조차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