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SNS는 누구의 것이 되는가?
현대인의 삶은 SNS와 함께 흘러간다. 하루의 시작을 인스타그램으로 알리고, 가족 행사 사진을 페이스북에 기록하고, 친구들과의 소통은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이 SNS 계정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나라마다 다르고, 플랫폼마다 상속 정책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SNS 계정은 단순한 사진 저장소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집약된 디지털 자산이다.
그러나 많은 유족은 고인의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플랫폼의 정책 앞에서 난처함을 겪는다. 이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이 계정들을 어떻게 상속 처리하는지, 그리고 그 정책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페이스북의 추모 계정 정책 – 국가별 적용 방식
페이스북은 SNS 중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망자 계정 처리를 위한 정책을 도입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으로 전환하거나, 유족의 요청에 따라 완전히 삭제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전 세계에 동일한 형태로 제공되지만, 국가별 법률과 제출 서류에 따라 실제 적용 방식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사용자가 생전에 ‘계정 상속인(legacy contact)’을 지정할 수 있으며, 해당 지정자가 고인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바꾸고 프로필 사진 변경, 친구 요청 수락 등 일부 제한된 기능을 관리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고인의 사망 증명서와 유언장 없이도, 미리 지정된 상속인이 있을 경우 비교적 간편하게 계정 처리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페이스북 추모 계정 전환을 위해서는 사망자의 주민등록증,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복잡한 서류 제출이 요구되며, 유족이 직접 ‘한국어 전용 요청 양식’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상속인이 미지정된 상태에서 사망했을 경우, 유족이 관리 기능을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밖에 없다. 유럽 일부 국가는 개인정보 보호법(GDPR)에 따라 계정 내 콘텐츠 접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상속인은 계정 존재 자체는 유지할 수 있어도 내부 메시지나 게시물 열람은 어렵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은 ‘전 세계 공통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절차와 접근 권한 범위는 국가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과 법적 요구사항에 따라 실질적으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계정 처리 방식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동일한 모회사 메타(Meta) 소속으로, 유사한 추모 계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보다 더 제한적인 상속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계정 관리 권한 위임 기능인 ‘Legacy Contact’ 기능이 없다. 이는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이 계정을 직접 운영하거나 수정할 수 없고, 오직 추모 계정으로의 전환 또는 삭제만 요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유족이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망 증빙서류와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며, 해당 계정은 이후에도 비공개로 설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추모 계정 전환 시에는 기존 게시물과 댓글은 그대로 남지만, 로그인 및 콘텐츠 수정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고인이 생전에 해당 계정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따라 남겨진 콘텐츠의 공개 여부도 달라진다.
인스타그램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부분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지만, 일부 국가(특히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GDPR 규정에 따라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되어, 유족이 계정 열람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플랫폼 차단 또는 제한으로 인해 상속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인스타그램 계정 상속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유족이 메타 측에 문의해도 ‘법적 권한이 없는 경우는 처리 불가’라는 답변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사망자의 사전 설정이 없을 경우 유족은 삭제 요청 외에는 뚜렷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즉,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보다 유연성이 떨어지고, 사후 계정 접근 권한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전 사전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
플랫폼 간 비교 – 계정 접근성, 콘텐츠 유지 범위, 유족 권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같은 메타 소속이지만, 계정 상속과 관련된 정책 적용 범위에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국가별 사례와 함께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특성이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같은 점은 추모 계정 기능이 있고, 계정 삭제 가능 여부도 유족 요청 시 가능하다. 하지만 콘텐츠 열람 가능 여부 같은 경우는 페이스북은 일부 국가에서 허용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대부분 불가하다. 유족의 계정 접근도는 페이스북은 제한적으로 가능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고인이 생전 상속인을 지정했다면 추모 계정 관리가 가능하지만, 한국이나 독일에서는 별도의 법적 문서가 없을 경우 유족이 콘텐츠를 열람하거나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는 플랫폼 정책이 국가의 개인정보보호법, 상속법, 표현의 자유 기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 전환 후에도 기존 친구가 추억 공유 게시물을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하지만, 인스타그램은 게시물의 공유나 댓글 기능이 제한되며, 새로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으로서 SNS 계정의 지속 가능성이나 활용성은 플랫폼마다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SNS, 준비 없이는 지워질 뿐이다
SNS는 이제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한 사람의 가치관, 기억, 감정, 관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디지털 정체성의 확장판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정책과 국가의 법률은 여전히 이러한 ‘디지털 존재’의 죽음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두 상속 정책을 마련해 두었지만, 실제 유족이 접근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사용자가 생전에 자신의 계정에 대해 어떻게 처리되길 원하는지를 직접 설정해 두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Legacy Contact’ 지정은 필수적이며, 인스타그램은 삭제 또는 추모 전환 여부를 유언장이나 계정 설명란에 남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주요 플랫폼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이나 백업 이메일에 대한 접근권한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유족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SNS는 하루아침에 여닫을 수 있는 창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디지털 생애 기록이며, 고인의 디지털 유산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플랫폼과 관계없이 생전의 준비 없이는 사후에 그 어떤 콘텐츠도 ‘상속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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