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자산,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암호화폐와 NFT는 더 이상 소수의 기술 마니아만이 다루는 자산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코인을 사고 팔며, 디지털 예술품이나 메타버스 부동산 같은 NFT를 보유하는 시대다.
그런데 이렇게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되고 저장되는 디지털 자산은 사용자의 사망 이후 어떻게 처리될까?
실물 없이 존재하는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상속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암호화폐와 NFT는 민법상 ‘재산’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법정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일반적인 은행 계좌처럼 중앙기관의 관리를 받지 않는 탈중앙 시스템 위에 있기 때문에,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면 사실상 복구나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암호화폐와 NFT의 상속 가능성, 상속 시 발생하는 기술적·법적 문제,
그리고 실질적인 대비 전략과 각국의 사례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다.
암호화폐와 NFT는 민법상 ‘상속할 수 있는 재산’인가?
우선 법적인 측면에서, 암호화폐와 NFT는 상속이 가능한가?
한국의 민법은 상속의 대상을 ‘재산상 권리와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현금, 예금, 주식은 물론, 최근에는 암호화폐까지 포함하는 해석이 확산하고 있다.
2021년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을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명시하면서,
법적으로도 암호화폐가 상속할 수 있는 자산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NFT 역시 기본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토큰으로,
그 자체가 고유성과 소유권을 증명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소장하고 있는 NFT가 시장에서 가치가 있다면 상속세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있더라도 해당 자산이 개인 지갑에 귀속되어 있고,
가치평가가 가능하다면 법적으로 상속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자산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누군가가 접근해서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데 있다.
법적으로는 분명히 상속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비밀번호나 개인 키가 없으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며,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나 기업이 강제로 회수하거나 이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개인 키를 모르면 모든 자산은 영구 봉인된다
암호화폐나 NFT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자산으로,
해당 자산의 소유자는 전자지갑(Wallet) 주소와 그에 연동된 개인 키(private key)를 통해 자산에 접근한다.
이 개인 키는 은행의 비밀번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접근 수단이다.
즉, 개인 키를 모르면 아무도 그 자산에 손댈 수 없다. 거래소도, 국가도, 가족도 모두 예외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하드웨어 지갑(레저나 트레저 등)에 보관하고 있다가 사용자가 사망했는데,
그 하드웨어 지갑의 PIN 번호나 복구 문구(Seed Phrase)를 아무도 모른다면,
그 자산은 영원히 봉인된다. 심지어 기기가 눈앞에 있어도 복구가 불가능하다.
NFT 역시 메타마스크, 코인베이스 월렛, 팬텀(Phantom) 등 다양한 지갑에 저장되며,
이 지갑들은 대부분 탈중앙 시스템이기 때문에 복구 기능이 없다.
사용자의 지갑에 접근하지 못하면, 해당 NFT는 기술적으로 ‘소유는 유지되지만 이전은 불가능한 상태’로 남는다.
실제로 수천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사망자 지갑에 갇혀 회수되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며,
NFT 컬렉터 중에도 유족이 존재조차 몰라 해당 자산이 영구 동결된 경우가 있다.
이처럼 개인 키의 존재 여부가 상속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거래소 보관 vs 개인 지갑 보관 – 상속 절차의 차이
암호화폐 보관 방식은 크게 중앙화된 거래소(CEX)에 보관하는 방식과 개인 지갑(DeFi 또는 하드웨어 지갑 등) 보관 방식으로 나뉜다.
상속 절차의 복잡성과 가능성은 이 보관 방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① 중앙화 거래소 보관 시
업비트, 빗썸, 코인원 같은 국내 거래소나,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와 같은 해외 거래소에 자산이 보관되어 있다면,
법정 상속 절차를 통해 유족이 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거래소는 이용자 사망 시 다음과 같은 서류를 요구한다:
- 사망자의 가족관계증명서
- 사망진단서
- 상속인 신분증
- 법원 명령서 (필요시)
- 거래소 자체 서식의 상속 신청서
이 경우, 상속인으로 확인된 사람에게 법적 절차에 따라 자산 이전이나 현금화된 수익을 지급할 수 있다.
단, 해외 거래소의 경우, 언어와 법제 차이로 인해 처리 기간이 매우 길어지고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다.
② 개인 지갑(Wallet) 보관 시
개인 키를 소유한 상태에서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사용자가 사망하면, 유족이 개인 키, 복구 문구, 지갑 주소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상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해당 자산은 어떤 기관의 도움도 없이 복구할 수 없다.
즉, 이 방식은 자유도는 높지만, 상속 가능성은 작다.
상속을 위한 실질적 대비 방법
암호화폐와 NFT의 상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전에 정확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일반 은행 자산처럼 단순한 통장 하나만 남겨놓고 갈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춘 대비가 필수적이다.
생전 준비 체크리스트
- 자산 목록 정리
- 보유한 코인, NFT 종류, 지갑 주소, 플랫폼 정리
- 거래소명, 로그인 이메일, 2FA 설정 상태
- 접근 정보 보관
- 개인 키, 시드 구문, 지갑 비밀번호 등을 안전한 장소에 저장
- USB, 금고, 종이 백업, 또는 비밀번호 관리자 앱 사용
- 디지털 유언장 작성
- 암호화폐와 NFT를 포함한 자산 항목 명시
- 상속 희망자 지정, 처리 방침 구체화
- 공증 또는 변호사 검토 권장
- 상속인 교육 및 소통
-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지인에게 자산 존재와 처리 절차 공유
- 실무적으로 지갑 접근법, 백업 위치 등을 설명해 두는 것이 중요
- 법률 상담 및 준비
- 상속세 신고 필요성 검토
- 암호화폐 자산을 유언장에 반영할 경우, 법률 전문가의 검토 필요
디지털 자산은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유산이다.
그러나 생전 준비가 없다면, 사망과 동시에 아무에게도 닿을 수 없는 잠금 상태에 들어간다.
기술은 유산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지만, 법과 사람이 이를 잇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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