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법

유명인의 디지털 유산 분쟁 사례

po-info news 2025. 6. 28. 18:14

 

 

 

유명인의 죽음이 남긴 또 다른 유산, 디지털 흔적

 

유명인의 사망은 늘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뒤 남긴 것은 단순한 유산과 명성만이 아니다.
그들의 SNS, 이메일, 클라우드에 남겨진 수많은 콘텐츠, 사진, 영상, 대화 기록은
이제 ‘디지털 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디지털 유산이 법적으로 명확한 소유권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고인의 명성과 연결된 콘텐츠는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법정대리인, 전 매니지먼트, 플랫폼 기업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유산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 개념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인
故 로빈 윌리엄스의 사례를 시작으로, 최근의 유명인 사망 후 디지털 콘텐츠 분쟁 사례까지 정리하고,
이에 따라 제기된 사회적, 법적 문제와 앞으로 필요한 제도적 변화까지 함께 살펴본다.

 

 

 

로빈 윌리엄스의 ‘디지털 초상권 봉인’ 사례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2014년 세상을 떠난 뒤,
디지털 유산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세계 최초의 유명인 중 하나다.
그가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에는 놀랍게도 “사망 후 25년간 자신의 디지털 이미지, 목소리, 인공지능을 활용한 어떤 콘텐츠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 조항은 당시로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 형태였으며,
그는 자신의 초상권이 사망 이후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로빈 윌리엄스의 유족은 유언에 따라 모든 SNS 계정의 비공개 전환, 클라우드 콘텐츠의 삭제,
그리고 생전에 촬영된 영상 자료의 상업적 사용 중단 요청을 법적으로 집행했다.

당시 이 사건은 ‘디지털 사후권(POSTHUMOUS RIGHTS)’이라는 개념을 대중에 각인시켰고,
유명인의 디지털 정체성이 사망 후에도 법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그 이후로 미국 내 유명인 유언장에는 디지털 콘텐츠의 사후 처리 방침을 명확히 명시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사례는 ‘디지털 유산 보호’보다 ‘디지털 유산의 비사용 선언’이라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역설적으로 디지털 자산의 상업적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고인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프린스(Prince)의 미공개 음원과 디지털 자산 분쟁

 

팝의 전설이라 불리는 프린스(Prince)는 2016년 돌연 사망하며
막대한 디지털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
특히 그가 사망 당시 남긴 수천 곡의 미공개 음원, 디지털 녹음 파일, 서버에 저장된 음악 콘텐츠
음악 업계에서 엄청난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었다.

문제는 프린스가 공식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는 점이다.
그의 디지털 자산을 둘러싸고 친형제 6명과 전 매니저, 레이블사, 유족 대리인 간의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그의 서버에는 미발표 앨범, 개인 녹음, 디지털 공연 실황, 메모, 가사 등이 보관돼 있었고,
이 콘텐츠를 누구에게 상속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분쟁은 수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족 측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서버, 개인 NAS 장비, 애플 계정 등에 저장된
프린스의 디지털 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했다.
결국 일부 콘텐츠는 상업적 목적으로 재출시되었지만,
여전히 사망자의 ‘디지털 창작물’은 누가 소유하고 운영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프린스 사건은 단순히 음원 자산에 대한 분쟁을 넘어,
디지털 창작물의 법적 소유권과 사후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사망 후 계정 소유권 다툼

 

최근에는 연예인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유튜버, 틱톡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사망이
디지털 유산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국내의 한 인기 뷰티 유튜버 C씨가 병환으로 사망한 이후,
그의 유튜브 채널(구독자 130만 명)을 두고 전 소속사와 가족 간의 운영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문제는 해당 채널이 소속사 법인 명의로 개설돼 있었지만, 영상은 전부 고인의 개인 창작물이었다는 점이다.
유족은 “고인의 콘텐츠는 유가족이 관리하고, 수익을 정당하게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속사는 채널 운영권과 수익 정산 시스템이 회사 소유라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법적 조정 끝에 유족은 해당 채널의 브랜드 계정 관리자 권한을 일부 넘겨받았지만,
기존 수익(애드센스 계정)과 과거 데이터는 소속사 소유로 남았다.

이 사건은 콘텐츠가 누구의 명의로 운영되는지, 계정이 개인 명의인지 법인 명의인지에 따라 상속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인플루언서의 디지털 유산이 고인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감정적 분쟁으로 확대되기도 쉽다.

 

분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사전 설계 필요성

 

유명인의 디지털 유산 분쟁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디지털 자산은 실물 없이도 경제적 가치와 저작권을 지닌 유산이다.
  • 소유권과 접근 권한이 불분명할 경우, 법적 공백이 분쟁의 시작점이 된다.
  • 플랫폼의 정책과 사망자의 생전 설정 여부가 절차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쟁을 막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디지털 자산의 목록화와 생전 설계가 핵심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클라우드 저장소, 이메일, 미공개 창작물 등에 대해
명확하게 어디에 무엇이 있고, 누구에게 넘기고 싶은지를 기록한 디지털 유언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유명인의 경우 저작권과 초상권, 콘텐츠 이용권에 대한 사후 라이선스 계약
생전에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디지털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망자의 목소리나 얼굴을 AI로 재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활용 여부를 명확히 제한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에서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상속법 개정이 시급하다.
민법이나 저작권법에 디지털 유산 관련 조항을 별도로 신설하고,
사망자의 데이터 소유권과 접근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입법적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