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법

디지털 자산과 디지털 유산의 차이점

pookad 2025. 6. 26. 22:40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재산’을 물려주고 있다

 

현대인의 삶은 온라인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 계좌부터 시작해, 메신저 기록, 사진, 영상, 블로그, 심지어 게임 아이템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이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사람들은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기록을 남기지만, 정작 이 모든 자산이 죽은 뒤에 어떻게 분류되고 누구에게 물려지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유산

 

이때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디지털 자산’과 ‘디지털 유산’이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실질적 의미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상속과 관련해 매우 다른 처리를 요구한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디지털 유산이 어떤 개념적 차이를 가지며, 그 구분이 왜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정리해보겠다.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의 정의와 구성 요소

 

디지털 자산이란 인터넷이나 컴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형태의 가치 있는 콘텐츠나 정보를 말한다. 쉽게 말해, 온라인상에서 소유권이 인정되며, 전송·보관·관리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뜻한다. 이에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 암호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
  • 유튜브 채널 및 광고 수익
  • 블로그 수익 계정 (예: 애드센스)
  • 디지털 사진, 영상, 음원 저작권
  • 게임 아이템 및 계정 (리니지, 롤, 피파 등)
  • 유료 앱 내 소유 콘텐츠
  • 도메인 주소
  • 웹사이트와 서버 자산

디지털 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분명하며, 재산권이 존재한다. 이는 법적으로도 상속·매매·양도가 가능한 자산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세무서에서 암호화폐 보유 내역을 상속세·증여세 신고 항목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즉, 디지털 자산은 명백한 재산으로 분류되며, 죽은 이후에도 법률상 상속 절차를 따를 수 있는 ‘금전적 자산’으로 취급된다.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의 의미와 본질

 

반면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가치 있는 디지털 자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망자가 생전에 남긴 디지털 흔적과 기록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금전적 가치가 없더라도 개인의 삶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모든 디지털 요소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디지털 유산에 해당한다.

  • 이메일 계정 및 수신 기록
  • SNS 계정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 대화 내용
  •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문서
  • 블로그 포스트, 댓글, 리뷰 등 개인 발행 콘텐츠
  •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 구매이력
  • 사망자 명의의 유료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 웨이브 등)

디지털 유산은 경제적 가치보다는 정서적·사회적 가치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 부모가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나 손주와의 동영상은 금전적 가치는 없지만, 남겨진 가족에게는 매우 소중한 기억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유산이 법률적으로 명확히 상속 대상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어떤 플랫폼은 사망자의 정보를 삭제 처리하고, 어떤 플랫폼은 유족에게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은 ‘법적 소유권’보다 ‘디지털 존재의 흔적 보존’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실무적 차이점 – 상속 가능 여부와 절차

 

디지털 자산과 디지털 유산의 가장 큰 차이는 ‘상속의 가능성’과 그 절차에 있다. 디지털 자산은 금전적 가치가 명확하고, 법률상 상속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상속인이 이를 상속세 신고와 함께 정식으로 취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인이 남긴 암호화폐 지갑의 개인 키(private key)나 거래소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면, 이 자산은 세무 당국에 신고 후 상속받을 수 있다.

반면 디지털 유산은 다음과 같은 실무적 문제를 가진다.

  • 계정 접근 제한: 사망자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모르거나, 2단계 인증이 설정돼 있다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 개인정보보호 문제: 법적으로는 사망자의 개인정보도 보호 대상이므로, 유족의 접근이 제한되기도 한다.
  • 플랫폼 정책 차이: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네이버는 사망 증명서 없이 계정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 상속 불가 콘텐츠 존재: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은 개인 명의의 라이선스 계약이기 때문에 상속이 불가능하다.

즉, 디지털 자산은 법률적 처리를 통해 물려줄 수 있는 재산이지만, 디지털 유산은 기술적·정책적 장애물이 많은 비재산적 자산인 경우가 많다. 이 차이로 인해 유족들은 실질적인 디지털 자산 상속에 성공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더 소중한 디지털 유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미래를 위한 준비 – 자산은 관리하고, 유산은 설계하라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 자산과 유산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둘 다 ‘그냥 내 계정’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망 이후 이 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며, 준비 여부에 따라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이 천지차이가 된다.

디지털 자산은 자산 목록과 계정 정보를 문서화하고, 디지털 유언장이나 신탁 계약을 통해 명확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비밀번호 관리 앱이나 안전한 클라우드 저장소에 생전부터 자산 리스트 + 접근 권한 안내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디지털 유산은 기술적으로 보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기념용 백업이나 사후 계정 처리 옵션 설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구글 계정의 경우, ‘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통해 사망 이후 계정 소멸 또는 유족에게 이관 설정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해 지우지 않고 보관할 수 있으며, 애플도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이 두 가지를 생전부터 ‘별도로’ 준비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은 ‘금전 자산’으로서의 상속을 목표로 관리하고, 디지털 유산은 ‘삶의 흔적’으로서 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법적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개인의 준비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우리가 남기는 것은 돈만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유산도 함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