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법

숨겨진 디지털 유산의 종류들

pookad 2025. 6. 26. 23:10

 

 

사라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유산’이 있다

 

사람들은 유산이라고 하면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처럼 물리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는 더 이상 ‘손에 잡히는 자산’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메일에 저장된 수천 통의 편지, 수년간 이어진 카카오톡 대화 기록, 정기적으로 결제되던 스트리밍 서비스 계정,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클라우드 백업 시스템까지 —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디지털 유산이라는 형태로 남는다.

 

디지털 유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디지털 유산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디지털 유산은 삶의 기록이며, 동시에 타인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사망 이후에도 남아 있는,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디지털 유산의 종류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겠다.

 

 

자동결제 및 정기 구독형 서비스 계정

 

가장 대표적으로 간과되는 디지털 유산 중 하나는 정기 구독형 서비스 계정이다. 사망자의 사망 신고가 되지 않거나, 카드 해지가 늦어질 경우, 디즈니+,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멜론, 아이클라우드, 스포티파이 등의 서비스는 매달 자동 결제를 계속 청구한다. 특히 가족이 고인의 계정 정보를 모른다면, 고인의 통장에서 수년간 불필요한 요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구독 서비스는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저장된 기록, 맞춤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에게 의미 있는 기록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시청한 콘텐츠, 즐겨찾기 목록, 댓글 등 정서적으로 중요한 데이터가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족이 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면 콘텐츠는 플랫폼 내부에 남아 있지만,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디지털 유산으로 남는다.

이러한 구독형 디지털 유산은 단순히 금전 손실뿐 아니라, 정서적 연결이 단절되는 문제도 초래한다. 따라서 사망 전에 정기 결제 계정을 정리하거나, 유언장에 계정 정보를 명시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메신저 대화, 단체채팅방, 채팅 앱 내 기록

 

카카오톡, 텔레그램, 라인, 왓츠앱 같은 메신저 앱은 사적인 대화가 가장 많이 오가는 공간이다. 누군가와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 음성 메시지, 송금 내역, 캘린더 일정 공유 등은 사망 이후에도 고인의 흔적으로 남는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 연인이 서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가족에게 소중한 감정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메신저 앱은 보통 비밀번호, 생체 인증, 2단계 인증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사망 후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불어 텔레그램이나 시크릿챗 등은 메시지 자동 삭제 기능이 설정되어 있을 경우, 고인의 흔적이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단체 채팅방의 경우 고인이 방장일 경우, 방 해체나 구성원 관리가 어려워지는 실무적인 문제도 생긴다.

이처럼 메신저 기록은 공식적으로 상속되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사적인 기록’에 속하기 때문에 보호는 강하지만 전달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유족에게는 치유와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대화나 메시지는 생전 백업해두거나, 암호 관리 앱을 통해 유언장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대비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저장소 및 백업 서버

 

사람들이 간과하는 또 하나의 숨겨진 디지털 유산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 드라이브, 네이버 MYBOX, 애플 아이클라우드,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등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안에는 수천 장의 사진, 영상, 워드 문서, 사업계획서, 세금 관련 파일, 스캔한 서류 등이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사망 이후 아이클라우드에 접근하지 못하면 핸드폰 자체를 복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구글 계정 또한 2단계 인증이 설정되어 있을 경우, 사망자가 생전에 설정을 해두지 않았다면 유족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클라우드 서버에 백업되어 있는 회사 업무 자료, 사진 앨범, 개인 저서 원고 등이 고인의 사망과 함께 영구 삭제될 수 있다.

클라우드 저장소는 물리적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상 현대인의 삶과 지식이 축적된 ‘디지털 금고’이기 때문에 사망 전 정보 목록 정리와 계정 접근 방안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인 감정 자료뿐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디지털 유산이다.

 

잊혀진 온라인 계정들 (커뮤니티, 포럼, 마일리지, 알림함)

 

마지막으로 우리가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숨겨진 디지털 유산은 수많은 온라인 계정들이다. 이는 오래된 커뮤니티 아이디, 쇼핑몰 마일리지, 항공사 포인트, 리뷰 기록, 게임 캐릭터, 도서관 대출 내역 등 아주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고인이 과거에 남긴 디씨인사이드나 루리웹, 네이버 카페, 티스토리의 게시물은 디지털 흔적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글이나 댓글은 사망 이후에도 웹에 남으며, 고인의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 된다. 또 항공사 마일리지나 멤버십 포인트처럼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사망 시 소멸되거나 상속 불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고인의 스마트폰에는 각종 알림 앱이 설정돼 있어 사망 후에도 수년간 뉴스, 날씨, 주식, 기념일 알림이 울리기도 한다. 이런 기능들은 가족에게 충격을 줄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디지털 사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남는 것이다.

숨겨진 디지털 유산은 이런 사소해 보이는 계정과 정보들의 누적된 총합이다. 비록 개별적으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고인의 정체성과 삶의 흔적을 오롯이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