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법

디지털 자산은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pookad 2025. 6. 27. 04:11

 

 

당신이 가진 디지털 자산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봐도 이메일, 금융앱, 사진 백업, 메신저,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접속하며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디지털 자산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본인조차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유산

 

특히 사망 이후 이 자산들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처리될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상당수의 정보는 영구히 접근 불가능해지거나 자동으로 삭제된다. 이 글에서는 "내 디지털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4단계에 걸쳐 안내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목록 작성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상속과 자산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디지털 자산의 정의부터 분류까지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호화폐’, ‘블로그 수익’, ‘온라인 쇼핑몰’처럼 눈에 보이는 수익 자산만을 디지털 자산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범위가 훨씬 더 넓다.

디지털 자산의 범주는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자산
    • 암호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 NFT (디지털 예술품, 게임 아이템 등)
    • 온라인 계정 수익 (유튜브, 블로그, 쇼핑몰, 애드센스 등)
    • 유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 게임 계정 및 아이템
  2. 정서적 가치 또는 기능적 가치가 있는 자산
    • 이메일 계정과 첨부 파일
    •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영상, 문서
    • 블로그 글, SNS 게시물, 댓글
    • 메신저 대화 기록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이력 및 추천 기록
  3. 자동결제 및 구독형 서비스
    •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멜론, 왓챠 등
    • 아이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원드라이브 등 저장소
    • 업무 툴 (Notion, Canva Pro, Adobe 등)
  4. 계정 기반 인증 자산
    • 스마트폰 내 OTP 앱
    • 이메일 인증 기반 플랫폼
    • 생체 인증 기반 금융앱

이처럼 디지털 자산은 단순히 수익만이 아니라, 정체성과 관계, 기억, 접근권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자산 목록 정리는 이 모든 범주를 고려한 상태에서 시작돼야 한다.

 

자산 목록 정리 1단계 – 모든 플랫폼 계정 수집 및 기록

 

디지털 자산 정리의 핵심은 **‘계정 중심의 목록화’**다. 실제 자산이 있는지보다도, 그 자산이 ‘어디에 연결돼 있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먼저 평소 사용하는 기기(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에서 로그인된 계정을 기준으로 아래 항목을 하나씩 정리하자:

  • 이메일 계정: Gmail, Naver, Daum 등
  • 클라우드 계정: Google Drive, iCloud, Dropbox 등
  • SNS 계정: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블루스카이 등
  • 금융 관련 계정: 은행 앱, 증권사, 가상화폐 거래소
  • 구독 서비스: 음악, 영상, 생산성 도구
  • 쇼핑몰/커뮤니티 아이디: 쿠팡, 11번가, 네이버 카페, 디씨인사이드 등
  • 기타: 웹사이트 로그인, 포럼 가입, 업무 관련 SaaS 계정

이 목록은 엑셀 파일이나 노션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작성하되, 계정명, 아이디, 연동 이메일, 마지막 로그인 날짜, 2단계 인증 여부까지 함께 정리해두면 좋다.
또한, 자산 여부는 모르더라도 계정이 존재하는 플랫폼은 전부 기록하는 게 안전하다. 나중에 어떤 자산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자산 목록 정리 2단계 – 실제 보유 자산 확인 및 분류

 

계정을 정리했다면, 이제 그 계정에 실제로 어떤 자산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 이 계정에 금전적 가치가 있는가?
  • 이 계정에 정서적 가치가 있는가?
  • 이 계정이 다른 플랫폼과 연동되어 있는가?
  • 사망 시 자동으로 삭제되는가, 아니면 유지되는가?

예를 들어, 구글 계정은 Gmail뿐 아니라 유튜브, 구글 포토, 드라이브, 캘린더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돼 있어, 하나의 계정이 여러 개의 자산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넷플릭스 계정의 경우에는 단순히 결제만이 아니라 고인의 시청 기록, 관심 콘텐츠, 개인화 설정 등이 포함돼 있어 디지털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실제 보유 자산이 확인되면, 다음과 같이 카테고리별 자산 가중치를 매겨 관리 우선순위를 정리한다:

자산 이름금전 가치정서 가치우선순위처리 방법 (유지/삭제/이전)
구글 계정 높음 높음 1순위 유언장에 접근 정보 기재
유튜브 채널 매우 높음 보통 1순위 수익 계승 및 재정 관리 필요
카카오톡 낮음 매우 높음 2순위 가족에게 백업 권한 위임
아이클라우드 보통 높음 1순위 사진/영상 백업 후 폐쇄
 

이 표처럼 객관적 기준을 통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유족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사망 이후 가장 먼저 열어봐야 할 계정과, 나중에 정리해도 되는 계정을 분명히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 계획 수립 – 유언장 포함 및 백업 전략

 

마지막 단계는 이 정리된 자산 목록을 법적 문서화하거나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유언장 작성

  • 자산 목록을 유언장에 포함하고,
  • 각 계정에 대한 처리 방침(삭제, 보관, 승계)을 명시한다.
  • 공증을 받아 법적 효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비밀번호 관리자 앱 활용

  • LastPass, 1Password, Bitwarden 등
  • 마스터 비밀번호만 유족에게 알려주면 모든 계정 접근 가능
  • 일부 앱은 ‘사망 후 자동 공유’ 기능도 제공한다

3) 플랫폼별 사후 설정 기능 사용

  • 구글: Inactive Account Manager (비활성 계정 관리자)
  •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지정
  • 페이스북: 추모 계정 지정 기능

4) 주기적 점검 및 업데이트

  • 6개월~1년 단위로 목록 업데이트
  • 신규 계정이나 해지 계정 반영
  • 가족 중 한 명에게 목록 공유 (단, 보안 주의)

이런 준비 과정을 통해 디지털 자산은 단순한 ‘로그인 정보’가 아닌, 고인의 자산으로서 정당하게 상속되고 기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뒤가 아닌 살아 있을 때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자산은 늘어날 수 있지만, 기회는 유한하기 때문이다.